ADHD 아동과 선행 학습 II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한다. 요즘 더욱 불붙고 있는 조기 교육 열풍을 보고 있노라면 그 속도감에 어지러울 정도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국어와 수학 등 초등학교 중등 과정까지 끝내고 영어 과외를 위해서 해외 원정을 나가는 것 또한 흔한 일이라고 한다. 이런 정도이니 아파트 놀이터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엄마들은 소위 ‘로드 매니저’가 되어 복잡한 아이 과외 스케줄을 관리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전 과도한 선행 학습은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와 지내면서 배워야 할 수없이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지식을 배우기 전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먼저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 이런 시간들을 돈을 들어가면서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ADHD 성향이 강한 아이들은 ADHD 증상 특성상 보다 더 엄마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야 하고 전전두엽 발달 미숙으로 선행 학습이 효과가 있지 않는데 강요받고 있다.
생후 3년에서 초등학교 입학전에는 대뇌 발달상 아이는 장기 기억이 보다 더 발달하고 우뇌 발달이 보다 더 우세하지만 언어가 발달하면서 좌뇌 발달이 조금씩 이루어지면서 우뇌와 좌뇌가 서서히 연결되는 시기이다. 이시기는 정형화되고 획일적인 교육보다는 부모와 상호 작용을 통해 세련된 언어로 표현하고 통합하는 훈련이 필요하며,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려 마음껏 뛰어노는 경험이 필요한 시기이다.
첫째 아이가 만5세 때 삼성동 수족관에 데려 간 적이 있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음료수 자동 판매기 앞에서 나열된 음료수를 보고 딸이 먹고 싶었는지 나에게 대뜸 “ 아빠 탄산 음료는 몸에 해롭지?”하고 물어봤었다. 그때 앞에 있던 사람이 우리 아이를 보고 놀라면서 “아이가 어떻게 탄산 음료라는 어려운 말을 할 수 있어!”하면서 놀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딸은 그때 선행 학습을 한 것도 없었고 그저 아이들과 어울릴 정도만 하기 위해서 유치원만 보낸 정도였다. 그러나 아이에게 계속 탄산 음료는 몸에 해롭기 때문에 마셔서는 안된다는 것을 계속 반복하면서 가르친 것 뿐이였다.
초등학교 입학후 사춘기 이전까지 아이는 구어적인 언어에서 벗어나 문어적인 언어 습득을 하는 시기임으로 이때부터 제2외국어를 배우기에 적절한 시기가 된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면서 갑자기 난폭해지고 욕을 하는 증세가 심해지면서 엄마 말을 듣지 않는 아이가 필자에게 방문한 적이 있었다. 상담 결과 아이는 그전에는 집앞에 있는 유치원을 다니다가 영어 유치원으로 바꾸면서 이런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에 보다 자세한 평가및 상담 결과 아이는 ADHD로 진단을 받게 되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 부모는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필자 상담을 통해서 영어 유치원보다 아이에게 부담감이 적은 유치원으로 옮기고 아이에게 무리한 교육을 하지 않고 보다 더 놀 수 있는 환경에서 지내도록 권유하였다. 아이는 이런 과정에서 안정을 찾았고 초등학교 입학 후 반에서 회장이 되는 등 다른 아이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초등학교 입학후 다시 다른 형태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였지만 아이 눈높이에 맞춰 조금씩 하는 것을 상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릴 때 무리한 교육은 아이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만 줄 뿐 아이 정신 건강에는 좋지 않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직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아이에게 과도한 교육으로 밀어넣고 있다. 그러나 뇌 발달 단계를 무시한 과도한 자극은 오히려 부작용만 가져오게 된다. 초등학교 입학전 아동 부모와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필자가 자란 시절에는 고위 사회층 자녀만 입학 가능한 유치원이 대학 부설 유치원이었다. 대학 부설 유치원은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놀도록 교육하기 위해서 최소한 교육과 개입을 하면서 아이를 가르치는 곳이였는데 미리 선행학습을 하고 초등학교 입학하는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이런 유치원을 나오게 되면 학교 적응이 어렵다는 소문이 돌아 도중에 유치원을 그만 두는 아이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뇌 발달을 무시한 선행 학습이 해롭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그러나 학습적인 측면만을 강조하게 되면 균형있는 대뇌 발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외래에서 가끔 경험하게 된다.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 차이를 심하게 차이를 보이는 아이를 가끔 접하게 된다. 또한 언어 발달이 지체되어 언어 치료를 실시한 경우 추후 지능 평가를 해보면 언어성 지능만이 좋아지고 동작성 지능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본다. ADHD를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종종 본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많으면서 정서적인 안정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쓴 ADHD 아이는 언어 치료만 했을 뿐인데 동작성 지능도 같이 좋아지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런 경우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가 보다 좋아지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잘 습득한 아이일수록 동작성 지능이 보다 더 좋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따라서 과도한 선행 학습은 아이 대뇌 발달에 영향을 주어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 차이를 많이 나게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아이는 학습을 통해 많은 지식을 습득하여 보다 더 논리적인 사고를 하고 학습적 이해 능력을 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하여 단순하게 지식을 풀어가는 상황은 잘해결 하지만 낯선 상황에서 각 상황에 맞는 지식 활용도가 감소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융통성이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신보다 적게 배워 잘 알지 못하는 아이가 자신보다 보다 더 상황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게 되지만 자신은 안 것만큼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위축하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을 기회가 박탈되면서 풀기 어려운 문제점에 도달하였을 때 회피하고 피하게 되면서 수동적이 된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임하지 않게 되어 사람들과 어울려서 사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ADHD 성향이 강한 아이는 ADHD로 인한 실행 기능 저하로 이런 문제는 보다 더 많아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인재가 고등학교까지 많다가도 대학이나 사회에서는 막상 흔치 않다. 이는 자신이 배운 지식을 사회에서 활용하는 적응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면 문제를 유연하게 잘 해결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조기 교육 받는 시간에 더 많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사춘기 전에는 건강한 뇌를 만둘어 주도록 주력해야 한다. 전인적 자극, 오감을 모두 이용한 전인적 경험,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능력과 품성을 길러주는 사회적 자극이 보다 훌륭한 아이로 만들어 준다. 사춘기 전까지 아이에게 필요한 최소한 입시 교육을 하고 그 이후 입시를 위한 고등 교육에 전력을 다 쏟아도 늦지 않는다. 설사 아이가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낳지 않더라도 자신의 상황에서 훌륭히 적응하여 잘 지내게 된다.
사랑샘터 소아정신과 원장 김태훈



